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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 직후(21년 10월 말) 시작해서, 한달 정도 하다가, 40화 쯤에서 손 놓고, 다시 22년 1월 중순에 좀 하다가, 60화 쯤에서 손 놓고, 지금 23년 8월 중순에 다시 시작해서 100화 넘긴 상황이다. 게임이 해도 해도 도저히 안끝난다-_- 발매 시점부터 거의 2년이나 지난데다, 슬슬 게임 중반부 막바지인 느낌인데, 끝까지 해도 전체적 감상이 바뀌진 않을듯 하여... 여기서 한번 감상문을 쓴다.
이번 작의 장점은 볼륨이 매우 크다는 점이고, 단점은 볼륨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하다가 지친다. 스테이지 수 100개 넘겼고, 물론 반복 및 이벤트 스테이지 다 카운트 되니 이건 뻥튀기 된거다 쳐도, 플레이 타임이 60시간 넘겼다. 지금까지 이전 VXT는 다 40시간대 초반이면 끝났는데 이건 뭐 한글화 안되서 직접 일어 원문 읽으면서 하던 시절 플레이 타임이 나올려고 그런다.
그렇다고 그렇게 뻥튀기된 게임 볼륨이 다들 유의미한 가치를 지니고 있냐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결국 스토리에 대한 감상과 연계되는 이야기인데, 스토리가 심하게 분절되어있다. 스테이지 하나에 정직하게 이야기 하나씩만 들어있다. 그렇게 되면 딱히 크로스오버 할꺼리도 없다. 기존 슈로대 스타일의, 하나의 스테이지에 여러 작품들이 뒤섞여서 전개되는건 일부 필수 미션들에만 들어가있다. 그렇다고 필수 미션만 해서 빠르게 밀면 다른 스토리는 다 내다버리는거잖아. 그렇게 할순 없지.
대신 이렇게 수 많은 스테이지를 직접 선택하는 구성이 됨에 따라, '분기'가 사라지게 되었다. 이번 플레이는 이 분기로 가야지! 해놓고 결국 2회차는 안해서, 반대쪽 이야기는 통채로 못보고 넘어가는게 지금까지의 슈로대 스토리였는데, 이번 작은 그럴 걱정은 없긴 하다. 근데 이야기를 빠짐없이 다 볼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이렇게 분량 늘리기로 밀도를 낮춰버리는것도 좀 아닌것 같은데.
왜 이런 구조가 되었는지는 이해한다. 스토리 순서를 유저가 맘대로 선택할수 있게 되었는데, 그 모든 경우의 수에 맞춰 스토리 짤꺼 아니면 개개의 스토리 단위의 연계성은 최대한 없애버려야지 뭐 앞뒤 말 안맞는 상황이 안생기겠지.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번작의 스토리 밀도는 너무 심했다. 다음 작에선 좀 개선 되면 좋겠네. 다음 작이 있다면, 다음 작에서도 이런 시스템이라면.
그리고 이러한 수많은 스테이지는 게임 밸런스에도 영향을 끼친다. 근래의 슈로대들이 다 난이도 측면에서는 쉬운 게임들이었지만, 이번 작은 더더욱 쉽다. 그 '쉽다'의 상세 사항이 다른데, 전작들은 '이런저런 시스템을 다 이용 한다면' 쉬워진다 였다면, 이번작은 '캐릭터 육성(PP) + 기체 개조(크레딧)만 해도' 쉽다 이다. 스테이지 수가 많고 또 보상 퍼주는 보너스 스테이지도 많다 보니 재화가 아주 넘쳐흐르고, 그 재화들로 키운 강력한 유닛들을 쓸수 있는 스테이지 수도 아주 많다. 이 과정에서 정신기가 어쩌고 지형 대응이 어쩌고 exc인가 뭐시기 게이지가 어쩌고 이런거 다 필요없다. 그냥 이동해서 때리면 크리 2만5천! 뜨면서 자코는 터져나간다.
이렇게 모든 유닛이 강해지다보니 각 유닛간의 밸런스도 의미가 없어졌다. 다 똑같이 쎈데 뭘. 유닛별로 특징과 용도를 고려할(얘는 회피가 좋으니 전방 떡밥용으로, 얘는 뎀딜이 좋으니 넴드 처리용으로, 얘는 근접이니 이동력 좋아야 하고, 얘는 원거리니 히트앤어웨이 있어야 하고...) 이유도 없다. 차라리 누구가 고성능 고효율 맵병기라도 있으면 걔로 한턴만에 다 쓸어담고 그런식의 플레이라도 할텐데 이번작은 어째 맵병기도 매우 짜다. 그냥 아무나 육성해서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
근래 슈로대는 캐릭터 게임이고 '아무나 육성해서'라는 방향성을 부정하진 않겠는데, 게임이 너무 쉬워지다보니 '아무렇게나 써도'가 좀 문제가 된다. 게임을 하면서 생각이란걸 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나마 주역들 에이스 찍어준다고 격추수 몰아줄때나 좀 신경쓸게 있었지, 그거도 끝난 뒤에는 뭐... 아 그러고보니 이번작 오토 플레이도 있었지? 오토 눌러놓고 딴거 해도 될 정도겠네. 실제로 오토 써본적은 없지만. 이래서 이번작에 오토 기능 넣어둔건가?
그래픽 및 연출은 시옥 천옥 V X T에 이서 여섯작품째 동일한 수준... 이긴 한데 이번작에서 좀 변화가 있긴 하다. 3D 렌더링 기반으로 만들었어요~ 라고 뻔히 보이는 연출들이 엄청 늘어났다. 아니 뭐... 현실적으로 일일이 2D 애니 그리긴 어려울테니 3D 기반으로 한다는것 까진 이해하겠는데... 그럼 기존 연출들이랑 이질감 없이 기존의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느껴지도록 좀 다듬어야 하는거 아니니? 같은 게임인데 연출 수준이 차이나는 정도를 넘어서서 아예 아트 스타일이 차이가 나고 있다...
적다보니 어째 험담만 줄줄이 길게 나왔는데... 게임 자체의 재미는 언제나의 슈로대와 대동소이하니 뭐 더 적을게 없는데, 이번 작에서의 신규 요소들이 좀 마음에 안드는것들이 있고, 그게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서 그렇다. 사실 게임이 이렇게 길지만 않았어도 적당한 시점에서 아 이번 슈로대도 할만했다- 라면서 끝냈을텐데, 뭐가 해도 해도 끝이 안나다보니 괜히 다른 생각을 더 하게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