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록의 가면과는 다르게, 일단 첫 인상부터가 호감이다. 그래 포켓몬은 이래야지! 약간 근미래 느낌의 SF! 심지어 후반 스토리는 다시 에리어 제로의 심층부로 들어간다. 이런 테크노 스릴러를 보여줬으면서 전편은 뭔 갑자기 일본 요괴 설화야... 또한 5세대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BGM도 참 마음에 들었다. 그래 포켓몬 BGM은 이래야지!!

 

스토리 전개도 좋았다. 전편은 별로 흥미도 몰입도 안되는 스토리와 캐릭터를 그저 선형으로 쭉 보여주는거라 마음에 안들었는데, 후편은 일단 오픈 월드에 던져놓고 각지를 모험하여 강력한 트레이너를 상대하라! 라는 목표만 제시된다. 용어랑 숫자만 다르지 결국 매번 하던 뱃지 모으기의 변형이고 또 본편과 동일한 구성이다. 사실 이번 9세대의 게임 구성도 딱히 마음에 드는건 아니었는데, 스토리 중심의 일자 진행을 한번 겪고 왔더니 그래 이거라도 어디야! 싶다. 

 

그렇게 테라리움 돔을 해메면서(대체 길이 어디야 모르겠으니깐 그냥 미라이돈 타고 절벽이나 올라서 가자) 쭉쭉 진행...은 안된다. 미션 제시하는거 때문에 그리고 사방팔방에 넘쳐나는 새로운 포켓몬과 테라 배틀 스폿, 유실물과 아이템 등등 때문에 계속해서 샛길로 빠지게 되고, 이게 이번 작품의 '모험'이 된다. 

 

또한 공간 배경을 학교 부속 시설로 제한시킨것도 좋았다. 덕분에 '학교' 배경이란 느낌이 잘 살아난다. 수많은 학생과 그들과의 교류, 동아리 활동 같은것들. 사실 본편은 말이 학생이고 학교 생활이지... 뭔 들어가자 마자 바로 체험 학습이라면서 오픈 월드로 던져버리는데 그럼 학교라는 구심점이 의미가 없어지지. 

 

블루베리 아카데미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전부다 더블 배틀이고, 또 상대의 레벨도 높고 세팅도 실전 지향이라서 난이도가 꽤 있다. 이전처럼 적당히 상성 빨로 한방에 잡고 그런게 안된다. 한놈 잡으랬더니 방어로 시간 끌고 있고, 약점 찔렀더니 반감 열매 먹고 있고, 이건 맞고 살겠다 싶었는데 생구 효과 뜨고 있고 등등. 덕분에 길 가다 있는 NPC 배틀에서도 나름 긴장감이란게 생긴다. 물론 그 긴장감이라는게 클리어가 어렵다! 는 아니고, 방심했다가는 귀찮게 회복하러 센터 또 갔다 와야겠네, 정도이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 없이 그냥 A버튼 연타하게 되는것 보다는 낫다.

 

그렇게 진행 하다 보니 어느새 스토리 멤버도 레벨이 90을 넘겨버렸다. 지금까지 포켓몬 하면서 이런적은 처음인듯 한데. 게다가 이번작은 실전 개체 육성은 그냥 아무꺼나 가져와서 돈 바르면 되는거라서... 어차피 NPC 배틀 난이도도 있겠다, 이참에! 싶어서 다 엎었다. 도핑약 사고 도구 사고 하다 보니깐 몇십만 있던 용돈이 바닥나서 다 완전체 세팅은 못했다. 뭐 적당히 자기 만족 수준에서만 하자. 그리하여 클리어 시점에서의 멤버 구성은 이러하다.

 

마스카나 Lv.98 / 명랑 보정 / VVV-VV 보정 / AS252 / 변환자재 / 풀 테라 / 부적금화

트릭플라워 / 탁쳐서떨구기 / 유턴 / 트리플악셀

 : 스타팅이라서 숨특까지 해서 그냥 다 쏟아붓고 부적금화 줘서 선봉 고정으로 사용했다. 약점 찌를수 있으면 트리플악셀, 아니면 트릭플라워로 쎄게, 딴놈으로 싸우는게 낫겠다 싶으면 유턴. NPC 배틀 특성 상 탁떨을 딱히 써야겠다 싶은 경우는 잘 없었다. 근데 의외로 트리플악셀이 상당히 유용했다. 변환자재 덕에 사실상 자속 얼음 기술이 되어버리니깐 드래곤 계열을 쉽게 처리할수 있다.

 

돌핀맨 Lv95 / 고집 / - / - / - / 물 테라 / 신비의물방울

퀵턴 / 인파이트 / 웨이브태클 / 제트펀치

 : 풀 세팅 하기엔 슬슬 자금이 부족해서 그냥 성격 민트만 쓰고 말았다. 더블배틀에서 같이 선봉으로 나와서 일단 퀵턴으로 돌아간 뒤 물이나 선공기 필요하면 나와서 치는... 뭐 그런 형태인데, 넣은 다음에 다시 꺼내서 써야 한다는게 번거로워서 잘 손이 안가긴 한다.

 

드닐레이브 Lv97 / 고집 / VVV-VV / AS252 / 열교환 / 땅 테라 / 속임수주사위

고드름침 / 대검돌격 / 지진 / 용의춤

 : 강력한 600족이니 풀 세팅 했다. 뭐 상성 고려하고 그런거 귀찮을때 그냥 꺼내서 때려박으면 된다. 용춤 넣긴 했는데 딱히 이거 써야겠다는 생각도 안들더라. 이럴꺼면 용춤이랑 대검돌격 뺴고 스케일샷이나 넣을껄 그랬나 싶기도 하고. 어디 공략글 보고 따라서 땅 테라 설정했는데... 뭐 딱히 스토리 NPC 배틀에서 유의미한 선택은 아니었다. 그냥 드래곤이나 얼음 테라 해서 자속 더 쎄게 박는게 나았을지도. 더블 배틀이 주류라서 지진을 꽤 쓰긴 했는데 정작 내 포케들 중 지진을 무시 할수 있는게 없어서 애매했다 ㅋㅋㅋ 그냥 내꺼도 하나 죽인다는 생각으로 썼다.

 

저승갓숭 Lv95 / 명랑 / - / - / 의기양양 / 격투 테라 / 돌격조끼

인파이트 / 분노의주먹 / 분함의발구르기 / 유턴

 : 받는 피해를 돌격조끼로 경감시키면서 분노의주먹 위력을 올리는... 뭐 그런 형태일텐데, 역시나 스토리 NPC 배틀은 그냥 단기 결전이라 유의미한 구성은 아니었다 ㅋㅋㅋ 그것보단 격투 약점 상대로 나와서 인파이트 내지를때가 더 많았다. 

 

부르르룸 Lv96 / 고집 / - / - / 방진 / 강철 테라 / 생명의구슬

하드프레스 / 더스트슈트 / 기어체인지 / 열불내기

 : 상대 상황 보니 몇대 버틸수 있겠다 싶을때 꺼내서 기어체인지 쓰고 쓸어버리는 형태. 또한 페어리 전문 처리반이기도 하다. 이 두 케이스가 아니면 딱히 꺼낼 이유가 없어서 일부러 꺼내서 쓰고 그랬다.

 

미라이돈 Lv100 / 조심 / VVVVVV / HA252 / 하드론엔진 / 전기 테라 / 달인의띠

라이트닝드라이브 / 용의파동 / 오버히트 / 명상

 : 드닐레이브와 마찬가지로 상성 고려하고 그런거 귀찮을때 꺼내서 박았다. 딱히 도구도 할만한게 안보여서 약점이나 더 찌르라고 저걸 줬다. 가장 먼저 실전 세팅한 포케이고, 그래서 레이드 배틀에서도 자주 꺼냈는데... 명상은 너무 느리고(쫌 쌓다보면 내가 죽거나 버프 리셋되거나) 의외로 약점 찔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게 유용하지 않았다. 전기 약점 상대로만 겨우 활약하는 정도.

 

아쉬운점은, 캐릭터. 더 정확히 말하면 카지의 존재. 이렇게... 본래의 문자적 의미 그대로 '열등감 폭발'을 하는 캐릭터라 신선하면서도 당황스러웠고 그다지 달갑진 않았다. 간지나는 중2병도 아니고, 그냥 인간성의 바닥을 보여주는 사춘기잖아... 뭐 그 이유와 맥락은 알겠다만, 그냥 짜증나. 근데 얘가 인기 캐릭터라고?? 신기하네... 뭐 그 '인간적인' 면모에 정이 간다거나, 더더욱 괴롭히고 싶다거나 뭐 그런 케이스라면, 그럴법도 하겠다만... 나는 아니다. 

 

테라파고스의 취급 관련해서는 딱히 불만 없다. 뭐 듣기로는 뭐가 꼬여서 작중에서 제대로 비중이 없고 설정 설명이 안되고 그러던데... 포켓몬에서 그런게 필요한가? 그런게 나왔던가? 원래 전설의 포켓몬들은 죄다 이런 포지션이었어!!! ㅋㅋㅋ 뭐 점점 디테일과 정합성이 보강되는 근래 작품들(당장 이번 본편이 그렇지) 기준으로서는 아쉬울수 있겠다만, 나는 옛날 사람이라... 뭐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싶다.

 

아 그래 배틀 난이도. 위에서도 말했지만, 길거리 NPC 배틀이 가장 어려웠다. 블루베리 사천왕도 카지도 그 길거리 NPC랑 크게 다를거 없었고, 테라파고스 최종 보스전은 오히려 별거 없었다. 단지 공략을 안봤더니 얘가 지금 무슨 타입인지(뭐가 약점인지) 몰랐는데... 그냥 아무꺼나 꺼내서 테라스탈하고 박으니깐 보호막 하나씩 없어지더라. 게다가 전용기 쓰는것도 그다지 아프지도 않고. 좀 더 어려워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무리 최종보스라도 일단은 클리어를 필수로 해야 하는 스토리이다보니 이정도로 멈췄나 싶기도 하다. 어려운걸 원하면 그래 6성 레이드 배틀 하면 되겠지. ...그건 이제 돌아가는 상황을 알게 되니 슬슬 어렵다기 보다는 짜증이 나지만. 진짜 스위치 2대 들고 하는게 가장 낫겠다.

 

이제 남은건... 아차 스토리 번외편이 또 있다고 했지? 그거도 해야하고, 본격적으로 도감 작업도 해야 하고, 간만에 포켓몬 하는거 정말로 레이팅 배틀 하진 않더라도 실전몬 좀 키워보고 레이드 배틀도 돌려보고, 스칼렛 버전도 플레이 해야 하고 등등, 이런저런 플레이 구상은 하고 있다. 다만 매번 하는 말이지만 시간이 문제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