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관심 없던 작품인데, 신작 애니 챙겨보다가 이거 1, 2화 보고 제대로 낚여버려서 바로 원작 사와서 봤다. "뒷 이야기 빨리 보여줘! 뭐? 일주일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고? 에잇 그럼...!" 이라는 느낌으로(...) 이런식으로 애니 재밌게 보다가 아직 덜나온게 답답해서 원작 사보는건 사키 이래로 오랫만인듯 하다. 사실 한주만 더 늦게 보기 시작했어도(=3화까지 몰아볼수 있었어도) 원작을 사 볼 생각까진 안했을것 같다.


이미 일본에서도 클리셰 범벅이란 소리를 듣는(그쪽에서는 '템플렛'이란 용어를 쓰는것 같던데) 이계진입물을 꼬아놓은 물건이다. 어째 애니화 되는 이쪽 장르 작품들은 정통파(?)보단 이런식의 사파가 더 많은듯하다. 지난 시즌 코노스바도 그랬고.


애니 1화 전반부에서의 첫 인상은 '주인공이 너무 메타발언으로 김칫국 마신다;;'라는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는데, 원작으로 보니 그리고 작품의 실체(?)를 알고 다시 한번 보게 되니 그런 이계진입물 클리셰에 대한 메타발언들이 오히려 작품의 '난이도'를 낮춰주는 밸런서 역할을 하는걸로 보였다. 이계진입은 바로 받아들이면서 타임리프는 왜 받아들이는데 그리 오래 걸렸는지에 대한 지적이 가능한데, 그런 점에서 이것 또한 난이도 조절을 위한 방법(...) 이었다고 받아들이면 되는걸까.


애니 1화 전반부 분량은 원작보다 오히려 애니판의 내용이 더 충실하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애니판엔 빠진 내용들이 조금씩 나온다. 예를들어 '사망귀환의 횟수제한이 있을수도 있으니 함부로 죽을순 없다'라는 서술. 2화 보면서 바로 생각했던게 '나중 되면 일 좀만 꼬이면 자살하는거아냐?'라는거였는데, 애초에 그럴 가능성을 지워버렸다.


애니판도 그랬지만 원작도 마찬가지로 몰입도가 끝내준다. 내용이 계속해서 이어지는게 한번 보기 시작하니 도저히 놓을수가 없다. 그나마 다행(?)이자 아쉬운 부분은, 전체 내용의 3/4는 이미 애니판으로 한번 봤다는것. 애니판의 몰입의 연장선 같은 느낌으로 봤는지라 원작만으로도 그런 몰입을 낼수 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는게 아쉬운 부분이다. 2권도 빨리 보면 알수 있겠지만.


애니판 3화에 해당할 원작의 마지막 1/4 부분은 대부분이 전투신이었다. 클라이막스에 맞는 전개긴 했지만, 여기서 또 한번 죽어버려서 다시 루프해버리는 전개도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랬다간 단권 완결성은 물건너가버리겠지만-_-;; 음 근데 진짜 나중에 되면 최종보스전 중에 사망해버리고 다시 시작지점으로 루프해버려서 난리나는 전개도 나올법 한데 (...)


라인하르트는 너무나도 '완벽한' 인물이라서 분명 뒤가 구린 캐릭일거라 생각했다. 근데 그게 아니라 이번 에피소드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역할이더라고... 거기서 라인하르트 안나왔으면 대체 어쩔뻔 했니... '지금까지의 루프를 통해 모은 조각들이 서로 작용하여 드디어 그 연쇄를 끊었다!'라는 일반적인(?) 전개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긴 1권에서 벌써 그런게 나오기엔 너무 이르긴 한가.


그래서 결국 다 좋게좋게 끝나긴 했는데, 최후반부 떡밥투척이 정말 장난없다-_-;; 에밀리아와 라인하르트와 펠트의 정체는 무엇인가! 아니 사실상 주인공 제외 주요 인물 전부 다잖아!? 1권 내내 주인공 스바루의 시점에서만(1인칭 소설은 아니었지만) 진행됬기에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거의 없긴 했다만, 너무나 노골적인 떡밥 투척때문에 오히려 헛웃음이 나왔다. 그런짓 안해도 2권 볼거라고! (...)


루프라는 소재를 잘 활용해서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냈지만, 이 소재에는 매우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정확히는 주인공 혼자서만 루프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데, 바로 주인공 외의 캐릭터들은 살아있는 캐릭터가 아닌 그저 무대장치가 될 뿐이라는 점이다. 주인공의 캐릭터는 1권 시작부터 끝까지 연속해서 존재했지만, 그 외의 캐릭터들(에밀리아, 펠트, 롬 영감 등등)의 캐릭터는 단지 1권의 약 절반(네번째 루프)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전에 존재했던 그들의 캐릭터는, 그들과의 대화는, 그들의 행동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고 작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수가 없다(주인공의 행동에는 영향을 주기에 간접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아직은 1권이지만 이런식의 '내용을 날려먹는' 전개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나온다면(그리고 작품 소재 상 나올수밖에 없겠지) 주인공 외의 캐릭터에겐 도저히 정을 붙일수 없는 상황이 될거다. 어차피 '없었던 일'이 될텐데 뭘. 게다가 작품 내용적으로도 히로인들과의 관계 작업을 새로 해야 되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이미 봤던것과 유사한 이야기(호감도 쌓이는 이벤트들)를 다시 보던가, 아니면 그런거 없었는데도 왠지 사이 좋네? 라는 위화감을 느낄수밖에 없게 된다. 이건 2권을 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다른 인물들에게도 과거 세계선들의 기억이 남아있다'라는 언급이 나오는건데(쓰르라미나 슈타게가 그랬지), 이것도 이거 나름대로 반칙스런 방법이라...


듣기로는 계획상 무슨 30권(-_-;;) 넘게 낼 예정이란 말이 있던데... 그때까지 따라갈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p.s.주인공 사망이라는 최악의 상황(데드 엔드)에서 작품의 시작 시점으로 되돌아가버린다는 소재를 쓴 다른 작품이 있다. 페어리 펜서 F. 그러니깐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낼수 있는 소재 가지고 페펜은 고작 같은던전 우려먹기용으로만 쓰고 스토리적으론 별 영양가가 없었단 말이 되는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