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영화 즐겨 보는건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탑건에 이어서 가족 단체 관람을 하고 왔다. 생각해보니 영화를 안봤을 뿐이지 극장은 자주 갔었구나. 라이브뷰잉 언제쯤 다시 활성화 될려나...

 

- '왜적의 조선 침략', '의와 불의의 전쟁'. 이래저래 민족주의를 자극하는듯한 표현이 나온게 신경쓰이긴 했는데... 제작 국가, 상영 국가 및 목표 관객 등등 그런건 둘째 치더라도, 실제 역사가 그러했는데 어쩌겠나 싶다. 오히려 중립적 관점에서 본답시고 내용 구성해놓으면 자연스레 일본 미화가 되어서 그것도 상당히 거부감 들었으리라.

 

- 임진왜란을 일본 역사 시점에서 보면 '전국 시대의 일부'이지. 예전부터 일본 전국 시대 소재는 그다지 마음에 안들었는데, 이 영화 보면서도 그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이상한 이름의 일본인들이 이상한 머리와 이상한 갑옷을 입고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는데 대체 뭔지 참.

 

- 일본인이 많이 등장하고, 일본말로 대사를 하면서 자막이 나온다. 근데 그 일본말 하는게 죄다 고어체라서 도저히 듣기가 안된다 ㅋㅋㅋ 단어 한두개씩은 들리는데 문장 전체 의미가 해석이 안돼! 그렇다고 자막으로만 보려니 중간중간 들리는 단어랑 또 어순을 바꾼게 있어서 괜히 신경쓰였다.

 

- 초중반부의, 기술(장비)와 전략을 연구하고 적의 동태를 살피는, 일종의 첩보전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런 사극은 물론이거니와 최신의 전쟁물에서도 이런 묘사는 드물다. 거북선을 만들긴 했는데 단점이 있고, 이걸 어떻게 극복할꺼고, 시간은 부족하고, 우리 전략은 이렇게 할껀데, 상대는 이렇게 나올것이고, 상대 진영에 스파이도 침투시키고 정보 빼오고 등등 이걸 조선과 일본 양쪽 진영에서 다 보여주고 있다.

 

- 그런데 정작 후반 전투신은 좀... 애매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신형을 포함한 거북선이 튀어나와서 전장을 휘저을때는 상당히 놀라웠는데, 그게 전부였다. 전투의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자 기점이 결국 '일본군이 꼴아박았다'로 요약이 되서 당황했다. 이 뒤로 고조시키는 연출 하나더 있을줄 알았는데? 이걸로 끝이야? 후퇴하는척 하다가 쌈싸먹었다 이런거도 있지 않았어? 이게 아니라 다른 전투인가? '이순신의 위대하고 신묘한 전략'이라고 하기에는 속된말로 '니가와 존버'일 뿐이지 않나? 

 

- 그리고 와키자카 이놈은 거북선도 알고 학익진도 알고 자신들을 유도하고 있다는것도 다 알면서 왜 그대로 꼴아박았대? 그저 자신감이 넘쳤나? 과거 경험처럼 일점 돌파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나? 근데 그땐 기병이었지만 지금은 배 스펙에서 차이가 나잖아? 아니 막판에 진형 풀고 산개 시킨거면 일점 돌파도 아니잖아? 도선 백병전 하는게 조선 판옥선 선회 후 포격보다 더 빠를꺼라 생각했나? ...아니면 이 모든게 그저 '역사 재현'일 따름인가. 그럼 뭐 이유가 없어도 어쩔수 없다만.

 

- 굳이 역사 재현이 아니더라도, 원균 같은 캐릭터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깐죽대면서 사고치는 캐릭이 아군쪽에도 하나 있어야 주인공의 위대함이 상대적으로 더 돋보이는거지 ㅋㅋㅋ 아 근데 거북선이 구해주지 말고 저기서 일단 죽어줬으면 더 좋았을텐데 이대로 개그 캐릭 루트 타는것도 아니고 정말로 내부의 암덩어리가 되는 놈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