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부는 지난 17권과 마찬가지로 불만사항이 많았다. 우선 실제 국가들을 끄집어내서 하는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 특정한 사상을, 그것도 일본인 작가가 직접적으로 주입할려는게 노골적으로 느껴지는게 참 불쾌했다. 피해자 코스프레좀 그만해라. 니들이 왜 욕먹고 있는지 모르지? 차라리 진격의 거인처럼 한꺼풀 포장이라도 했으면 예의상 속은셈치고 넘어가줬을텐데, 뭐 저리 직접적으로 표현을 해대냐.


또한 작품 내용면에서도, 어떻게든 키리토를 부활시키고 PoH를 때려잡는다는 결과는 예정된 상황에서,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맘에 안들었다. 마음과 의지의 힘으로 현실을 변화시킨다는 심의를 핑계로 온갖 기적이 남발되고 있다. 전투신 또한 마찬가지. '맞았으나 의지의 힘으로 극복했다!' '때린게 막혔지만 의지의 힘으로 극복했다!'라는 전개가 한가득이다. 이게 대체 뭐하는 전투신이야. 


...그리고 불만사항은 의외로(?) 딱 여기까지. 그 뒤 이어지는 vs가브리엘 또한 마찬가지로 의지력 배틀이긴 했다만, 이게 싸구려로 남발되던 vsPoH와는 다르게 그야말로 '최종보스전'다운 거대하고 무게감 있는 연출을 보여준다. 모든 살아있는 자들의 의지를 모아 공허의 마왕을 처단한다! 우와 세상에. 이런 훌륭한 판타지 최종전을 이제와서 보게될줄이야. 


이 뒤로도 흥미로운 전개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지난 17권과는 달리 시점이 난잡하게 계속 바뀌지 않고, 언더월드 이야기를 쭉 하다가 끝난 뒤로는 다시 리얼월드 이야기가 쭉 이어진다. '어쨌든 키리토 부활하고 적 때려잡고 끝나겠지'라고 뻔히 예상되는 언더월드와는 달리 리얼월드는 어떻게 전개될지 쉽게 예측할수가 없기에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봤다. 놀라운(?) 반전들도 몇개 있었고.


여기까지해서 약 260페이지. 이 뒤로 약 140페이지가 남아있는데... 챕터 명이 '에필로그'란다. 세상에 이런 에필로그가 어딨어?!ㅋㅋㅋ 살좀 더 붙여서 분권해도 됬겠닼ㅋㅋㅋ 아무튼 말이 에필로그지, 이건 내가 자주 말하던 '길고 긴 후일담'도 아니고, 그냥 '새 이야기의 시작'이다. 내가 소아온을 보는 주요 관점은 '근미래 SF'인데, 정말로 그에 딱 부합하는 내용이 계속해서 나와준다. '인간의 정신을 모방한 AI는 VR세계에서는 진짜 인간과 구분할수 없다'라니. 지금까지의 모든것은 이 소재를 꺼내기 위함이었나! 라면서 감탄도 했다. '인간의 손으로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해 냈다'는 점에서 기어코 모든것의 시작인 아인크라드편과 연결시키는것도 대단했고. 완전히 새로운 판타지 세계를 창조하고 또 그 안에서의 삶을 즐기는, MMORPG의 주요 로망을 너무나 잘 표현했기에 거기에 크게 동감할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연속된 감탄은 제일 마지막 챕터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언더월드의 TL이 확 올라가서 우주전(!)을 찍고 있는것에도 놀랐고, 언급 안하고 넘어갈려는 의도가 보였던 키리토와 아스나의 200년을 요약해서 알려준것에도 놀랐고, 마지막으로 세로 스크롤의 엔딩롤(!)이 있는것에 놀랐다. 대체 라노베에 뭔 연출을 하는거얔ㅋㅋㅋ 앨리시제이션편의 시작이었던 9권에서도 중간에 양면 컬러 일러로 영화 프롤로그 끝나고 타이틀이 딱 박히는 느낌의 연출을 한것도 감탄스러웠는데, 엔딩 시점에선 더 한 짓을 해버렸네. 세상에.


내용 면에서는 아직 남은게 꽤 있긴 하지만(카야바 아키히코, 200년 키리토의 복제, 언더월드의 앞으로의 행방 등등), 엔딩 연출을 너무나 인상적으로 해버려서 딱히 아무래도 상관없어!란 인상이 든다-_-;; 실제로 작가 후기를 보면 딱 여기까지 4부 엔딩이며 웹 연재분의 종료인것 같고. 물론 여기서 완결 낼 생각은 없어 보이니 뒷 이야기가 어떻게든 계속 나오긴 하겠지.


실제로 이미 19권이 나와있긴 한데, 이거 대체 뭔 내용이지? 시간대를 다시 앞으로 돌려서 언더월드 배경의 외전인가? 아니면 대충 요약하고 넘어갈려 했던 '200년'의 내용인가? 뭐 당장 펴서 보면 알게 될 사항이긴 하다만. 그나저나 이미 옛~날 옛적에 저 200년이 존재한다는 네타바레를 들었던것 같은데(-_-;;) 이게 4부 엔딩 시점에서야 나오는 소재였구나... 하긴 원작 웹연재가 2008년에 종료됬다고 하니 이미 국내에 1권 정발된 시점에서 내용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는게 되겠군. 유사 케이스(?)로 리제로도 정발분을 훨씬 뛰어넘는 네타바레가 곳곳에 산재해 있는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