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정말 짧고도 강렬한 에피소드였다. 포켓몬스터 게임 시리즈에서 이런 '이야기'를 보여줄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
본편 진행이 장편 TVA라면, 이 에피소드 델타는 그 후속 극장판의 느낌? 실제 게임 플레이도 마치 극장판 아니메 하나를 시청하는듯한 그런 인상이었다. 스토리 자체도 이전 포켓몬 극장판이었던 열공의 방문자 데오키시스에서 따온게 많다곤 하는데, 내가 딱 거기서부터 포켓몬 극장판을 안보기 시작해서(...) 그 관련해서는 뭐라 코멘트를 못하겠다.
본편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세계구급 재앙'을 막아야 하는 이야기라는 것은 동일. 아쉬운점은 그 재앙이 정말로 다가오고 있다는 '실감'이 크게 나지 않는다는 것. 본편 스토리에서 가이오가의 폭우(그리고 그란돈의 가뭄)의 연출이 엄청 강렬했기에, 이번 에피소드 델타에선 그런 분위기를 조성할만한 장치가 없었다는게 아쉬웠다. 근데 이건 연출의 문제라기 보다는 소재(거대 운석이 다가오고 있다!) 자체의 한계이기 때문에...
'게임'이란 측면에서 봤을때, 필드의 이곳저곳을 뺑뺑이 시키는것 까지는 봐주겠는데, 그 복잡한 아쿠아단 아지트를 다시 한번, 그것도 트레이너 배틀을 재활성화 시킨 상태에서 가게 한건 좀 너무했다 싶다. 솔직히 매우 귀찮았다-_-;; 길 찾기도 마냥 쉬운 것도 아니고.
에피소드 델타의 주역이라고 할수 있는 피아나는... 맘에 안들었다. 심하게 비호감 캐릭터다. "나는 모든것을 알고 있지만, 니들이 병신같으니깐 아무것도 말 안해줌 ㅋㅋ 열심히 삽질해봐 ㅋㅋ 하지만 정답은 커녕 힌트도 안줄꺼지만 니네들 욕은 할꺼야"라는 태도로 나와서 이야기를 마구 꼬아버리는 캐릭터. 정말 싫다 =_=
포켓몬스터 시리즈가 직접 후속작에 해당하는 것들을 빼면(1-2세대 혹은 5세대) 각 작품간 세계관이나 스토리, 설정 연계는 정말 희박한 편이었는데, 이번엔 아주 직접적으로 연관지어버리는게 인상적이었다. ORAS의 메가레쿠자가 XY의 최종병기로 이어진다는 설정이라던가. 메가진화가 존재하지 않는 다른 차원(아마 기존 3세대겠지)에 대한 언급이라던가.
BW와는 '다른 방법'으로 스토리, 세계관, 설정의 퀄리티를 올리는 느낌이다. 여기에 XY 초반부의, '메가진화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알고 있는 매우 신비한 기술!'이란 식의 언급만 없었으면 참 일관성 있고 좋았을텐데...
레쿠자를 잡아서(빨피 하이퍼볼 한방에 잡히더라? 스토리상 보정 들어갔나) 메가진화를 시키고, 피아나와의 결전을 치르고, 우주로 올라가서 운석을 파괴하고(여기서 보컬곡이 깔려야 되는데! 라는 느낌이 절절히 들었다. 실제 BGM도 가사 빠진 보컬곡이란 느낌이었고),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에 튀어나온 테오키스!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의 반전!
...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이미 테오키스가 나온다는걸 알고 있어서 김이 약간 샜다 ㅠㅠ 그래도 운석 조각의 삼각형 돌덩이가 움직이더니 촉수가 튀어나고 테오키스가 나오는 연출은 정말 인상적이었고 코스믹호러스러웠다. 내용 모르고 했으면 정말 여기서 정신이 멍해졌을듯.
근데 그 테오키스가, 메가레쿠자 용의파동 한방에 죽어버렸다. 잡았어야 하는건데! 전국도감 완성하긴 했지만 테오키스는 못구했단 말이다!
다행히 사천왕 재배틀 하고 난 뒤에 다시 리젠된다고 하니 나중에 느긋이 잡아야겠다. 어차피 지금 포획 준비도 전혀 안되 있었으니.
아무튼 이렇게 모든 스토리는 다 끝났고... 아니, 배틀리조트가 남긴 했나. 오메가루비도 남아있긴 한데... BW2 이후부턴 포켓몬 스토리만 클리어하고 그 이후로는 대충 트레이너카드 업글만 시키고 내팽겨쳤듯이, 이번에도 그렇게 될것 같다. 어째 세월이 지날수록 포덕력이 떨어지는 느낌이란 말이지(...)
전국도감 완성이라는 '최종 목표'를 '너무 일찍' 달성한 부작용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4세대 시절에 다 모으고 그 이후론 그 세대에서만 나오는 애들만 추가적으로 모으고 이전 버전 도감용 포케들을 쭉쭉 옮기기만 했으니. 어쨌든 뭔가 모티베이션이 있어야 게임을 할텐데, 내가 실전 배틀 뛰는걸 즐겨하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국도감을 6세대 버전으로 다시 한번 만들어 본다는 선택사항도 있긴 하지만, 필요한 시간과 노가다가 무지막지해서 엄두가 안난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