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SL 자가 수리 삽질기
내용이 좀 길어질텐데... 일단 옛날 이야기부터 해 보자.
NDSL을 두대 가지고 있다. 하나는 2006년에 구매한 대원 정발판(-_-;;) 에나멜 네이비(이후 기기 A). 또 하나는 2009년에 중고로 구매한 닌코 정발판 제트 블랙(이후 기기 B). 이 둘로 2009년까지 포켓몬 4세대 전국도감 만들면서 잘 가지고 놀았지.
그러다가 2010~2011년 쯤, 군대 휴가 왔을때 사고가 생긴다. 충전선 꽂아놓고 침대 위에 놓아뒀다가. 충전선에 발이 걸리면서 B가 벽인가 바닥인가 세게 부딛쳤다. 켜보니, 위인지 아래인지 기억이 안나는데, 액정 절반이 검게 나오더라. 아 이거 망했네 싶었는데, 뭐 휴가 나온 중에 뭘 하겠나. 그대로 방치를 시켜놨다.
이후... 몰라 2012년 이후겠지 아무튼. 오랫만에 DS 켜 보는데 기기 B가 멀쩡하다(!). 뭐지 이건 오래 방치했다가 자가수리가 된건가. 그리고 배터리를 추가 구매해서 교환 했다. ...하려고 했다. 그런데 드라이버 크기를 잘못 가져왔는지, 기기 A의 배터리 커버 나사를 못풀고 결국 다 마모되어버렸다. 결국 기기 A는 배터리 교환을 못하고 다른 드라이버로 조심스레 연 기기 B만 배터리 교환이 가능했고, 이후로는 기기 B를 메인으로 사용했다. 아무튼 그렇게 포켓몬 5세대를 뒤늦게 하면서 지냈다.
그리고 얼마 전. 오랫만에 DS 기기 점검을 하다가... 저 두개 다 문제가 생긴것을 확인하였다.
기기 A는, 액정 상하단 특히 하단이 누렇게 변색이 되었고, 팩 인식률이 체감상 약 10%쯤 되었다. 화면 보기가 힘들고 게임 실행도 힘들다. 기기 B는, 처음엔 전원이 잘 안켜져서 전원 버튼 연타하거나 꾹 누르고 있어야 했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전원 스위치도 켜지지도 않고 꺼지지도 않고, 그냥 지멋대로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기기 A는 뭐 15년 넘게 썼으니 노후화 인 셈 치고. 기기 B는... 예전에 크게 충격 받았던 후유증이 뒤늦게 오는 느낌인데... 내부 커넥터 문제라면 직접 뜯어서 확인해볼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도구 - Y드라이버를 샀다.
그런데 문제가 또 생겼다. Y나사 풀리는게 좀 이상하다 싶더니, 결국 마지막 하나가 안풀리고 마모되기 시작했다. 이건 더 돌리면 큰일나겠군... 싶어서 멈추고 다른 Y드라이버(아마도 사이즈는 더 작을)를 더 주문했다. 그리고 배송 받고, 다시 나사를 돌려보는데... 여전히 안돌아가고 마모되기만 하다.
아 이거 큰일났네. 뭐 고무줄 대서 마찰 늘려서 어쩌저쩌는 나사 크기도 작고 구멍도 작은데 깊이가 있어서 힘들테고... 마모된 나사 강제로 빼는 도구를 구해야 하나. 음 대충 원리는 알겠는데 저걸 살려면 전동 드릴도 같이 있어야 하네... 어떻게든 구멍이라도 뚫어볼까... 근데 프라모델용 핀바이스 드릴로는 역시나 안뚫리는군...
라면서 고민을 했다. 그런데 또 하나. 그냥 내가 힘이 부족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서... 아버지께 부탁을 해 보았다(-_-;;). 책상 위에 기기를 올려놓고 드라이버를 수직으로 쎄게 누르면서... 드라이버가 아닌 기기를 돌려버리더라-_-;; 그리고 나사가 빠졌다. ...적당히 마모된거는 그냥 힘 빡쎄게 줘도 풀리긴 하는구나. 인생의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이 방법을 사용하니 몇년째 방치하고 있었던 기기 A의 마모된 배터리 커버 나사도 풀리더라. 와 세상에.
그렇게 드디어 뜯어 본 기기 B의 내부. ...겉보기엔 멀쩡한데? 일단 하단 스크린 떼 보고, 상단 스크린 연결부도 떼 보고, 하단 스크린 후면이랑 메인 보드랑 쇼트 나는건가 싶어서 스크린 후면에 프라모델용 마스킹 테이프(...)를 좀 더 발라보고, 이후 재조립 하고(와이파이 모듈 연결선인가 아무튼 금색 선을 다시 카드 소켓 아래로 넣어 꺼내는게 가장 힘들었다...) 켜 보는데...
좋은 소식은 무사히 재조립 했는지 정상 작동 한다는 점이고, 안좋은 소식은 전원 지멋대로 왔다갔다 하는 증상이 그대로라는 점이다.
음... 과연 원인이 뭘까,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일단 기기 A도 뚜껑을 땄다. 이 기기 둘이 서로 생산년도가 꽤 차이 날텐데, 메인보드 부품 종류도 조금은 다른 느낌이었다. 사진 보니 고유번호가 A는 -01이고 B는 -10이네. 다만 어차피 같은 기기이니 부품은 다 상호 호환은 될테지.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해서, 두 기기의 메인보드를 상호 교체하였다. 기기 A 입장에서는 자신의 변색된 액정이 아닌 나름 괜찮은 액정으로 교체하는 셈이고, 기기 B 입장에서는 액정이 문제인지 보드가 문제인지 확인할수 있으니깐.
교체 후 재조립하고 기기가 안켜저서 꽤 놀랐는데, 알고보니 하단 스크린 커넥터를 몇mm 덜 끼워서 그런거더라. 양 옆에 살짝 튀어나온 부분이 커넥터에 닿을때까지 밀어넣어야 하는거였군...
그래서 그 결과, A보드+B스크린은 정상 작동, B보드+A스크린은 전원 문제 동일 발생. 결국 보드 문제군!! ...그런데 어쩌지? 보드는 통짜라서 저걸 어떻게 수리 할수도 없고, 정확히 어떤 부품이 문제인지 확인도 힘들고, 한다고 쳐도 부품 사서 납땜질까지 해야 하는데...
최종적으로, 멀쩡한 부품만 모아서 키메라를 만들기로 했다. 근데 말이 그렇지 그냥 위에서 테스트 한 A보드 + B스크린 조합이다. 근데 상단 스크린은 커넥터만 뽑으면 되지 통채로 분해할 필요가 없고, B스크린이란건 결국 B의 하우징을 그대로 가져온다는 말이 된다. 보드만 A의 것으로 바꾸는 셈이 된다.
근데 사실 기기의 핵심은 메인보드잖아. 후면에 시리얼 넘버도 다 붙어있고 하니... 상판 및 내부는 B의 검은색, 시리얼 넘버가 붙어있는 하판은 A의 파란색, 그리고 배터리 커버는 나사 마모가 되지 않은 B의 검은색으로 완전 키메라를 만들었다. 뭐 이건 이것대로 괜찮...나?
다만 A의 다른 문제였던 팩 인식 불량은 여전히 있긴 한데, 접점을 알콜로 좀 닦아줘서 그런지 체감 인식률이 50%정도 까진 올라가더라. 근데 이것도 정말로 인식 안되기 시작하면... 카드 슬롯을 바꿔야 하는데 결국은 또 메인보드 및 납땜 이슈가 되어버리는데...
휴. 레트로 게임기는 가지고 놀기 참 힘드네. 언젠간 레트로가 될 현세대 게임기들은 정말 관리 잘 해야겠다. 문제 안생기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