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레츠고! 이브이, 클리어
플레이 타임 약 20시간 20분. 그리 오래 걸릴 게임이 아니었고, 실제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는데, 정작 플레이 기간은 약 한달 반으로 엄청나게 늘어졌다-_-;; 플탐만 보면 주말 한번만에 충분히 끝날 낼수 있는 사이즈였는데...
'포켓몬GO에 1세대 스킨을 씌운것'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고, 오랫만에 최신 그래픽의 1세대를 즐길수 있는건 좋았지만, 역시나 딱 거기까지였다. 플레이 하면서 '그냥 어랜지 하지 말고 1세대 그 시절 내용 그대로 넣어주지'랑, '이왕 리메이크 또 한거 요즘 기준으로 맞게 리파인좀 해주지'라는 감상을 동시에 갖는 진기한 경험을 했다. 그 만큼 게임이 좀 어중간했단 의미겠지.
7세대의 비판에 대한 반동인지, 이번 작은 역대급으로 난이도가 쉬운 작품이 되었다-_-;; 진득히 붙잡고 있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이거일꺼다. 그냥 A버튼 노가다가 되었으니깐. 우선 야생 포켓몬 잡을때마다 경험치를 얻는데, 그게 각종 보너스를 받아서 마구 뻥튀기된다. 게다가 그 경험치는 소지한 모든 포켓몬에 동등하게 들어간다. 이러니 지나갈때마다 마주치는것만 몇마리씩 잡아줘도 레벨 걱정은 할 필요가 없고, 사천왕조차도 레벨빨로 압살이 가능해진다.
또 하나의 요소는 이브이 전용의 파트너 기술이다. 뭔 뱃지 2개째 레벨 20대 중반에 위력 90짜리 기술들을 알려주고 있냐-_-;; 부가 효과도 100퍼마비 100퍼화상 체력회복 등 엄청난것들을 달고 있고. 때문에 파티 구성따윈 의미가 없고, 이브이 하나만으로 모든걸 다 때려잡을수 있게 된다. 기본 원소 기술들의 필요도가 떨어지고, 또 대체 포켓몬(1세대 스타팅들)도 다 모은 시점이 되면 딱 맞게 에스퍼/악/얼음 등의 기술을 추가로 배울수 있다. 여기엔 빛의장막이랑 리플렉터가 부가효과로 따라온다. 와 세상에-_-;; 자속 보정을 받지 못하고 이브이 자체의 개체값이 높지 않다 보니 후반 가서는 화력이 부족한 느낌도 드는데, 그건 레벨 및 (아래에서 설명할) 사탕으로 커버하면 된다.
그리고 이번작의 신규 시스템, 사탕들. 기존의 전통적인 종족값 + 개체값 + 노력치에 부가적으로, 사탕을 먹여서 실능을 올려줄수 있다(!). 안그래도 레벨이 높은데, 사탕까지 더해져서 상대와의 실질 능력치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건, 사탕을 얻는것은 레벨처럼 '지나가다 한두번씩' 정도가 아니라 작정하고 노가다를 해야 된다는 것. 귀찮아서 안해서 사탕으로 올린 능력치가 얼마 안되긴 하는데, 그래도 기존작에는 아예 없던 체계다보니 완전한 보너스이지.
그럼 이번 작에서 어려운것이 무엇이었냐? 라고 하면... 바로 포켓몬 포획이다-_-;; 아니 진짜로, 배틀보다 이게 더 어려워. 단순한 버튼 조작이 아닌 모션 센서 조작이 들어가버리니깐 진짜 답이 안나온다;; 그래도 휴대 모드로 할때는 센터만 잘 맞추고 타이밍만 잡으면 되는데(사실 이것도 포켓몬이 마구 날뛰고 있으면 상당히 골치아프긴 하다), 거치 모드에서 직접 컨트롤러 휘두르는거는 대체 뭘 기준으로 던지는 방향 조준이 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_-;; 게다가 아무리 잘 던져서 엑설런트까지 띄웠다고 하더라도, 그 뒤로 실제로 잡힐수 있을지는 운빨이고 내가 어떻게 더 할수 있는게 없다. 이번 작에서 딱 한번 리셋을 했었는데, 그게 바로 잠만보 잡다가 계속 실패해서 놓쳐버린 상황이었다.
이번 작에서 가장 이해가 안되는것 하나는, '특성' 시스템을 제거해버린것이다. 뭐, 그럴듯한 명분은 많다. '원본인 1세대 시절엔 그런거 없었으니깐' '포켓몬GO 하다 온 신규 유저들의 정착을 위해'. 근데 그 이유들이 다 맞다고 한다면, '성격' 시스템도 여전히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굳이 하나만 남겨야겠었다면, 오히려 포켓몬의 개성을 강조하고 노가다를 줄인다는 측면에서는 성격을 날리고 특성을 남기는게 더 나았을텐데...? 안그래도 레벨빨로 씹어먹는 배틀이 되었는데, 특성까지 없으니 너무 밋밋해졌다. 진짜 리자몽 메가진화 시켜봤자 능력치 뻥튀기만 있는 셈이잖아.
그렇다고 (시스템적 측면에서) 게임이 다 불만스럽다는건 아니고, 만족스러운 변경사항도 있었다. 심볼 인카운트(생각해보면 이미 5~6세대 시절부터 심볼에 닿으면 전투 시작인 필드가 여럿 있었다. 이론상 그 시절에도 가능했을텐데!), 포켓몬 박스 소지(센터까지 가서 포켓몬 바꿔올 필요가 없다!), 필드에서의 자기 포켓몬 탑승(7세대는 다른사람꺼 빌려타는게 너무 신경쓰였다...) 등등. 이 중 과연 몇개가 차기 8세대에도 반영될지는 모르겠지만...
매번 그랬듯이 스탭롤 봤다고 끝은 아니고 좀 더 해야할것들이 있다. 뮤츠도 잡아야 되고, 아직 레드랑 블루는 얼굴도 못봤고, 마스터 트레이너 배틀? 이건 때려치우고(...), 도감 완성도 해봐야 하고. 근데 영 의욕이 안나네... 포켓몬 할꺼면 차라리 1년의 유예기간을 받은 7세대 플레이를 좀 더 해야 할텐데...